라즈베리파이를 다시 세팅해보자 #1

 

고등학교 3학년 때, 나는 이 녀석에게 매료되었다.

리눅스를 구동하는, 요즘 맥북에선 찾아볼 수 없는 usb 포트가 무려 4개, 유선랜 포트와 와이파이, 블루투스가 내장되어 있는, 신용카드 크기의 이 작은 녀석의 이름은 라즈베리파이. 유용하게 쓰일 거라는 생각으로 대학교 2학년이 되어서야 이 녀석을 들였지만, 한창 놀고 싶을 나이였기에 내 판단은 완전히 빗나가버리고 말았다.

여름방학을 맞아 지난날들을 반성하며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책상 한 켠에 먼지가 쌓인 라즈베리파이였다.

 

먼지를 털어내고 전원을 켰다. 녹이 슨 포트를 보니 미안한 감정도 들었다.

 

전원을 켜보니 아무 반응도 없었다. OS부터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깔아야 했다.

라즈베리파이를 처음 설정할 때의 설렘이 돌아온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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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나는 라즈베리파이 공식 페이지로 이동했다.

라즈베리파이 공식 홈페이지. 이 곳 Download 탭에서 OS를 다운로드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게 라즈베리파이 3B 모델인데 벌써 다음 버전이 나왔구나 싶었다. 듀얼 모니터를 지원한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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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BS라는 이름의 소프트웨어와 라즈비안 이미지를 직접 플래싱하는 방법이 있다. 초보자들에겐 NOOBS를 추천한다고 쓰여 있지만 막상 다운로드하여 열어보니 뭔가 더 복잡한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예전부터 써왔던 방식으로 이미지를 직접 받아 플래싱하기로 했다. 공식 홈페이지의 다운로드 탭(좌측 사진)으로 들어가 우측 '라즈비안'을 선택해서 추천 소프트웨어를 제외한 데스크톱 용 라즈비안(우측 사진에서 우측 상단)을 다운로드한다.

 

다음으로 https://www.balena.io/etcher/에 접속하여 자신이 사용하는 OS에 맞는 버전을 찾아 다운로드한 후 8기가 이상의 용량을 가진 마이크로 SD카드를 찾는다. 컴퓨터에 꼽고 img파일과 마이크로 SD카드를 선택해 Flash! 버튼을 누르면 부팅할 수 있는 마이크로 SD카드가 완성된다.

플래싱하는 과정. 나도 처음엔 뭐가 뭔지 몰랐는데 삽질하면서 익숙해졌다.

 

라즈베리파이를 초기 설정하려면 모니터와 유선 키보드, 유선 마우스, 그리고 전원선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 5핀 선이 연결된 충전기가 필요하다. 라즈베리파이는 3B 기준 2.5A의 전원 연결을 권장하는데 요즘 갤럭시 스마트폰을 구매하면 주는 2.0A의 삼성 정품 충전기도 문제없다. 심지어 샤오미 10000mAh 보조배터리로도 작동하는데, 이쯤 되면 놀라울 정도다.

 

필요한 기기를 모두 연결하면 이런 모양이 된다. 많이도 꽂아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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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이 켜지고 부팅이 완료되면 초기 설정 창이 뜬다. Next 버튼을 누르면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디스플레이가 꽉 차게 나오지 않는 지를 물어본다. 그리고 와이파이를 연결하게 한다.

Next를 누르면 언어와 키보드를 설정할 수 있는데 한글 폰트가 없기 때문에 한글이 제대로 표시되지 않는다. 따라서 기본값으로 설정되어 있는 영국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미국으로 설정해주고 진행하면 좋다.

 

처음엔 영어로 해야 속 편하게 설정할 수 있다. 미국이나 영국이나 상관없다.

 

설정 막바지 즈음에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라고 할 텐데 인터넷 속도나 업데이트 목록에 따라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으니 Skip 했다. 솔직히 하지 않아도 사용에 아무 지장이 없었다.

 

느린 무선랜을 연결했는데 Next를 눌렀다? 한숨 자거나 외식을 하고 오자. 경험담이다.

 

이렇게 하면 기본적인 설정은 모두 끝이 난다. 개인적으로 한글 입력기는 불필요해서 한글 폰트만 설치하였다. 다음 글에서는 SSH와 VNC를 사용하여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 등등 주렁주렁 달지 않고 오로지 전원선만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설정(삽질)한 이야기를 써보도록 하겠다.